257개 인증규제 원점 재정비…연 1527억원 기업 부담 완화

입력 2024-02-27 14:38   수정 2024-02-27 14:43



한국 관광 품질 인증, 제로 에너지 건축물 인증 등 현재 정부가 운영하는 법정 인증은 257개다. 미국(93개), 유럽연합(EU·40개), 중국(18개), 일본(14개) 등 주요국보다 최대 18배 이상 많아 '인증 공화국'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257개 법정 인증 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해 189개 인증을 통폐합 및 개선하기로 했다. 각종 인증을 취득하고 유지하기 위한 기업들의 부담이 연 1527억원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무조정실은 27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인증 규제 정비 방안'을 논의하고 각 부처에 개선을 요구했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우선 실효성이 낮은 24개 인증을 폐지하기로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천연 및 유기농화장품 인증이 대표적이다. 이미 유럽의 코스모스(COMOS) 인증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데도 국내 인증을 요구해 국내 화장품 업체에 이중 규제로 작용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2015년 도입 이후 한 차례도 인증 사례가 없는 차(茶) 품질 인증과 규제 범위가 불명확한 어린이 기호식품 품질 인증도 사라진다.

인증 대상과 시험 항목, 절차 등이 유사한 인증은 8개로 통합한다. 기업이 제도별로 일일이 인증받을 필요 없이 통합 인증을 통해 효율적으로 인증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예를 들어 에너지 절약형 건축물을 설계하는 기업이라면 앞으로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과 '건축물 에너지 효율 등급' 인증을 따로 받지 않고 통합 인증만 취득하면 된다.

이밖에 66개 인증 제도는 인증 비용을 낮추거나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식으로 개선한다. 정보보호관리체계(IMS) 인증은 대상 기업을 연 매출 100억원 이상에서 300억원 이상으로 완화하고, 간이 심사를 도입해 인증 기간을 단축한다. 현재 1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인터넷 쇼핑몰은 매번 1억∼2억원을 들여 정기적으로 IMS 인증을 취득해야 하는데 이런 비용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소비자 혼선을 유발하는 유사 인증 91개는 아예 법정 인증에서 제외한다. 예컨대 해양수산부의 '수산 식품 명인' 인증이나 고용노동부의 '가사서비스 제공기관' 인증은 앞으로 인증 제도가 아닌 지정 제도로 전환해 운영된다.

이로써 정부는 257개 전체 법정 인증 가운데 73.5%(189개)의 규제 개선을 추진하게 된다. 정부는 이를 통해 연간 1527억원 규모의 기업 부담이 경감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상당수가 법률에 규정된 사항이어서 국회 통과 절차를 거쳐야 한다. 정부는 우선 시행령을 통해 개선할 수 있는 73개 규제에 대해 개선을 추진할 방침이다.

아울러 정부는 기업이 스스로 기술을 인증하고 안전성을 책임지는 자기적합성선언(DoC)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자기적합성선언은 기업이 직접 인증 기준을 확인하거나 시험기관의 확인을 받아 스스로 인증을 부여하는 제도다.

정부가 주도해온 법정 인증 시장에 민간기관의 진입도 허용한다. 관련 법에는 인증 정의 조항을 마련해 신규 인증이 마구잡이로 신설되지 않도록 할 예정이다. 기술규제 영향평가를 거쳐 진입단계부터 불필요한 인증규제를 걸러낼 계획이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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